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에픽하이 '타블로(Tablo)'의 숨은 명가사(펀치라인)

by 유전자오작동 2023. 5. 6.

나는 어렸을 적 에픽하이의 음악에 심취해 있었다. 에픽하이의 음악이 가장 좋았던 이유는 물론 사운드 그 자체에서도 찾아볼 수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타블로의 가사와 랩 스킬이 나의 심금을 자극했다. 오늘은 나의 기억을 되짚어 보며 타블로의 명가사 몇 가지를 소개해볼까 한다. 

 

"투표권은 노예선의 노 뿐"

에픽하이 2집에 수록된 5번 트랙 'Lesson 2 (Sunset)'의 한 구절이다. 사회 비판과 더불어 이 혼란한 사회에서 MC(래퍼)가 취해야 될 방향에 대해 신랄하게 본보기를 선사한다. 사실 모든 가사가 펀치라인 그 자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닌 곡이다. (여기서 '펀치라인'이란 뼈를 때리는 라인 정도로 생각하면 되겠다) 그중에서도 내가 "투표권은 노예선의 노 뿐"을 언급한 이유는 이 곡을 처음 들었던 고등학생 때는 몰랐는데 지금 이 곡을 다시 듣자니 이 가사가 이상하게 꽂힌다. 아마 사회생활을 하면서 생긴 의식이 이 가사에 깊이 공감하는 듯하다. 투표라고 하면 흔히 '민주 시민의 권리', '민주주의 꽃' 등의 수식어가 붙는다. 하지만 알게 모르게 세뇌당하며 미디어에 잠식 돼버린 우리 자칭 민주 시민들에게 과연 투표권이라는 것이 권리라고 할 수 있을까? 어쩌면 우리는 그들의 입맛에 맞게 항해를 하고 있는 노를 젓고 있는 것은 아닐까?

 

"일장기의 붉은 점은 내 조상의 핏방울"

에픽하이 3집에 수록된 3번  트랙 'Lesson 3 (MC)'에서 들어볼 수 있는 이 가사는 이 곡을 처음 들었던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나의 NO.1 인생 가사이다. "일장기의 붉은 점은 내 조상의 핏방울". 이것은 일제강점기 통한의 36년을 단 한 문장으로 매듭지어버리는 최고의 펀치라인이다. 나는 어떤 래퍼도 그 어떤 랩 가사도 이만큼 상징적인 표현을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. 특히나 역사 공부를 좋아했던 내게 이 가사는 내가 랩 음악을 정말 사랑하게 된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.

 

"정권의 반역자 너의 죄는 정직함"

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사랑했던 에픽하이의 앨범은 4집이었다. 그중에서도 타블로의 솔로곡 'Nocturne'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. 참고로 이 곡은 노래방에도 등록이 안 돼있을 걸로 알고 있다. 만약 이 노래가 유명했다면 타블로는 정권의 탄압이나 몇몇 기자들의 먹잇감이 됐을 것이다. 이 곡은 타블로가 신랄하게 담아대는 당시 사회의 부패 수준을 엿볼 수 있는 곡이다. 이만큼 신랄하며 시적이며 힙합적인 곡이 있을까? "정권의 반역자 너의 죄는 정직함 넌 이 밤 뒤쫓는 그림자의 먹잇감". 이 곡 또한 사실 모든 가사가 듣는 이의 폐부를 찌르며 심금을 자극한다. 내가 알던 힙합은 이 곡을 듣기 전과 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.

 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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